
딸아이의 내셔널 경기가 끝나고 나서야 비로소 한숨을 돌린다.
작년부터 우리는 내셔널 기간 동안 공식 호텔 대신 Airbnb를 이용하고 있어. 캐나다에서 오는 코치들, 파트너 블라지, 그리고 우리 가족 모두가 같은 결론에 도달했기 때문이야. 경기 기간만큼은 ‘버블 안’에 들어가 조용하고 편안하게 지내는 게 훨씬 낫다고 느꼈거든.
이번에도 5베드룸이 있는 큰 타운홈을 빌렸어. 경기장까지는 차로 7분 정도 거리였고, 렌트카를 이용해 이동했어. 식사는 대부분 집에서 해결했고, 각자 방에서 충분히 쉬다가 큰 거실에 모여 한국 드라마 ‘Crush Landing on you’를 함께 보기도 했어. 의외로 매간 코치가 그 드라마를 꽤 재미있어 하더라.
홀푸드나 트레이더조에서 장을 봐서 아침은 브런치로 내가 직접 준비했고, 호텔에 머물 때처럼 다른 선수들이나 코치, 저지들을 자주 마주치지 않아 심리적으로도 훨씬 편했어. 작년에도 그랬고, 올해도 Airbnb 선택은 결과적으로 잘한 결정이었다고 생각해.
이번 내셔널 결과는 어느 정도 예상했던 흐름이었어.
싱글은 예상대로였고, 아이스댄스 역시 예상한 결과였어.
페어는 작년 내셔널과 비교해 2, 3위가 바뀐 것, 시니어에 새로운 팀 두 팀이 올라온 것, 그리고 작년에 부상으로 빠졌던 팀이 복귀한 것 정도를 제외하면… 솔직히 말해 클린 프로그램 하나 없는, 전반적으로 실망스러운 경기였다고 느꼈어. 역시 아직까지 미국 페어가 월드에서 상위권을 노리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생각도 들었고.
정확히 2024년 6월부터 함께 훈련을 시작한 오드리와 블라지 팀은 작년보다 프리 점수를 더 낮게 받았어. 쇼트는 특히 점수를 너무 박하게 받았다는 평가가 많았지. 코칭팀에서는 최소 69점은 예상했는데, 결과는 그렇지 않았어.
프리 역시 작년에는 120점을 넘겼는데, 올해는 그보다 낮은 점수를 받았어.
올림픽에 진출하게 된 2위, 4위 팀의 경기를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의견이 꽤 갈렸어.
오드리와 블라지의 프리 점수가 발표됐을 때, 관중석에서 ‘부우’ 하는 소리가 나오는 걸 직접 들었어. 여러 팟캐스터들도 판정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고.
특히 4위를 한 팀의 쇼트는 솔직히 “망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좋지 않았는데도 59점을 받았고, 완벽하지 않은 프리에서 127점이라는 점수를 받았어.
2위를 한 팀은 이미 올림픽 진출이 거의 확정된 듯한 여유가 느껴졌고, 쇼트와 프리 모두 실수가 있었지만 무난하게 올림픽 팀으로 선발됐지. 베테랑 남자 선수의 몫이 컸지.
미국 페어의 역사를 보면, 페어는 늘 가장 약한 종목이었어.
그럼에도 관중들은 아슬아슬한 리프트나 트위스트, 트로우 점프가 주는 긴장감 때문에 페어를 좋아하는 것 같아.
이번에는 시민권 문제로 1, 3위를 한 두 팀이 올림픽에 갈 수 없게 되면서 2, 4위 팀이 올림픽에 나가게 됐어. 오드리와 블라지는 총점 1.42점 차이로 5위가 되었고.
겉으로 보면 “점수 차이로 탈락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사실 올림픽 팀 선발은 내셔널 성적만으로 결정되지 않아. 여러 요소를 종합해서 판단해. 냉정하게 말하면 아직 오드리와 블라지가 선택되기에는 부족한 부분들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과를 받아든 엄마인 내 마음이 좋을 리는 없었어.
펑펑 우는 딸아이를 안고 “잘했다, 괜찮다”고 말하면서도, 그동안의 훈련과 희생을 너무 잘 알기에 마음이 무너졌어. 집을 떠나 캐나다에서 외롭게, 오직 훈련에만 몰두해 온 시간을 알기에 더 아팠고.
페어 여선수들은 매일 큰 위험을 감수해.
몸을 공중에 맡기고, 파트너를 전적으로 신뢰하며 훈련하지.
지난 여름엔 오드리가 트위스트를 하던 중 공중에서 회전하다 얼음이 보였는데, 순간 파트너가 보이지 않았다고 해. 블라지는 얼음에 걸려 넘어지면서 위치가 달라져 있었고, 그 찰나에 “아, 나 이제 죽을지도 몰라”라는 생각이 스쳤다고 하더라. 다행히 배부터 떨어져 머리는 크게 부딪히진 않았고, 혹시 몰라 2~3일 쉬고 다시 훈련을 시작했어.
캐나다에서 훈련하는 내내 나는 콜로라도에서 새벽이면 눈이 떠졌어.
오드리의 훈련이 끝날 때까지 마음은 늘 캐나다에 가 있었고.
“오늘도 무사히…”
내셔널이 끝난 지 얼마 지나지도 않아, 실망과 상처를 안은 채 두 선수는 받은 어사인먼트를 위해 중국 베이징으로 떠났어.
사대륙 선수권은 유럽을 제외한 중국, 일본, 그리고 북한까지도 강팀들이 많이 출전하는 대회고, 미국도 세 팀이나 출전시켜. 그래서 이번 대회는 욕심보다는 국제 경기 경험을 쌓고 팀의 개인점수를 갱신해 가는데 의미를 두고 있어.
이 두 선수가 정말 쉴 새 없이 달려온 시즌이야.
오드리와 블라지가 스스로 만족할 만한 경기를 하고, 무엇보다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오길 바라는 마음으로 기도해.
점수보다 오래 남는 건 결국 이 시간들을 어떻게 버텨왔는지, 그리고 그 안에서 얼마나 성장했는지라는 걸, 이제는 조금 알 것 같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