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드리 페어에 도전하다. #14

2024 내셔널이 끝나고, 오드리는 바로 다른 주로 향했어.

페어 트라이아웃 일정이 잡혀 있었고, 그쪽의 페어 코치와 남자 선수가 오드리와의 트라이 아웃을 원하고 있다는 연락을 받은 상황이었어. 비행편과 숙소까지 전부 제공하면서.

사실 오드리가 처음 “페어를 한번 해 보고 싶다”는 말을 꺼냈을 때, 이미 몇몇 연맹 관계자들 을 통해 오드리를 드림 페어 파트너로 지목했던 남자 선수가 있다고 오드리에게 이를 알려주고 연락이 닿도록 연결 시켜줬고 트라이아웃까지 자연스럽게 연결이 된 상황이었어. 그런 사실을 나와 남편만 모르고 있었던 거지.

하지만 솔직히 부모로써 페어라는 종목을 진지하게 고려해 본 적이 없던 나와 내 남편은 이 모든게 당황스럽고 걱정이 앞섰지.

콜로라도에 처음 왔을 때 월드 아레나에서 훈련 중이던 페어 선수들과 코칭팀의 이미지가 별로 좋지 않았던 것도 있었고 이후에 그 코치가 safesport에 고발되어 오랜 시간이 거친 조사 끝에 평생 자격 정지 처분을 받은 사건도 있어서 그런 상황을 보면서 우리에겐 어쩌면 자연스럽게 페어에 대한 편견이 생겼던 것 같아.

다른 주에서 트라이아웃을 마친 후, 현지 코치와 페이스타임 미팅을 했는데 코치는 오드리를 무척 마음에 들어했고 곧바로 파트너십을 맺자고 제안했어. 그쪽에서 다닐수 있는 대학 편입에 홈스테이까지 알선 본인 소유의 차까지고 제공하겠다는 뜻을 밝혔지.

하지만 그 이후, 그쪽에서 훈련했던 부모님들이 거기 코칭팀에 대한 좋지 않은 이야기를 해 주었고 결정적으로 해당 남자 선수가 미국 시민권자가 아니라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어. 즉, 미국 대표로 월드까지는 가능 하지만 올림픽 출전이 불가능하다는 의미였어.

오드리는 싱글로는 어느정도 미국에서 알려진 선수였으나 페어는 모든 기술을 하나하나 배워야 하는 단계라 그런 상황에서 불안 요소가 많은 팀과 파트너십을 맺는 건 너무 성급하다는 생각이 들었어.

우리 부부는 결국 급하게 결정하지 말고, 일단 실력 있는 페어 출신 코치들에게 기본기를 제대로 배우며 정말 오드리가 페어에 적합한지 본인이 판단해 보라고 마음이 바뀔수도 있다고 생각을 했지.

그래서 시카고와 캘리포니아에 있는 전 페어 선수이자 현재 코치로 활동 중인 크리스와 브랜던에게 각각 2주씩 배우러 다녀오게 했어.

지금 생각해보면, 그 판단이 참 다행이었던 거 같아.

오드리가 오랜 시간 싱글 피겨선수로 살아왔기 때문에, 우리 뜻만으로 그만두라고 말하는 건 너무 무책임하다고 느꼈어. 아이한테 큰 상처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지.

그래서 과연 ‘페어’라는 종목이 오드리에게 맞는지, 스스로 직접 경험해보게 하자는 쪽으로 마음을 정리했어.

물론 쉽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어. 지금 활동 중인 미국의 페어 여자선수들만 봐도 대부분 최소 4~5년 이상 페어 경험이 있는 선수들이니까. 기술적인 부분도, 몸의 감각도, 다 다르다는 걸 알고 있었지.

2024년 미국 내셔널 페어 경기 결과를 봐도, 그 현실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주고 있었어.

당시 쇼트와 프리를 합쳐 1위를 한 팀조차 프리에서 두 번의 fall이 있었고, 전체적으로 클린 경기를 한 팀은 단 한 팀도 없었거든.

평가도 솔직히 ‘매우 실망스럽다’는 반응이 많았고, 미국은 그 당시 페어 종목에서 월드에선 메달권과 거리가 멀다는 걸 인식하고 있었던 거지.

싱글(남녀)과 아이스댄스는 이미 월드에서 상위권에 올라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페어에 더 많은 관심과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었어.

그런 현실을 보면서 더더욱, 우리 입장에서는 오드리가 페어로 전향할지 말지 결정하는 데에 신중해질 수밖에 없었어.

그래서 일단 기초부터 하나하나 제대로 배우게 하고, 경험 속에서 본인이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시간을 주기로 했던 거야.

2024 1월 페어 트라이 아웃
크리스, 브랜던과 페어 레슨 (오드리의 당시 인스타그램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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