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걸어온 딸아이의 싱글선수 피겨 여정, 가족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8

아마 나 혼자 아이 피겨 서포트했으면 진작 포기했을지도 몰라. 다행히 남편이 함께 좋아해 줘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어.

남편은 한국에서 7년 동안 광고감독으로 일했어. 풀무원 콩나물, 나드리 이노센스, 신원 에벤에셀 같은 광고들 만들던 사람이야. 뉴욕에 영화 공부하러 왔다가 IMF가 터졌고, 뉴욕에서 결혼을 하고 미국에 정착했어. 결혼 3년 만에 큰애가 태어난게 오드리야. 남편은 운동 신경도 좋아서 어릴 때 좋아하던 스피드스케이팅 대신 오드리가 좋아하는 피겨를 전폭적으로 지원, 응원해 줬어.

새벽 연습 같이 가고, 시간될땐 늘 아이 훈련 지켜봐 주고, 대회 일정엔 본인 스케줄까지 조정하면서 진심으로 함께해 줬어. 작은 로컬 대회도 빠짐없이 챙겼고, 가족 휴가는 거의 대회 겸 가족 여행이 되었지.

싱글 선수 시절엔 나도 자주 링크 안에 들어가서 연습이랑 레슨을 지켜봤어. 블리처는 진짜 추워서 겨울 파카에 방석은 필수였지. 다른 부모님들도 늘 옆에 있었고.

오드리가 가장 싱글선수로 오래 훈련했던 콜로라도 월드 아레나는 타주에서 온 선수들도 많았어. 미국 피겨연맹도 자리 잡고 있고, 예전부터 탑 선수들이 모여서 훈련하는 곳이라 홈스테이 하는 스케이터들도 꽤 많았지. 여름방학에 방문했다가 훈련지를 아예 옮기는 경우도 종종 있었어. 아무래도 환경에 자극을 많이 받아서들 이었을 거야. 알려진 선수들이 많이 훈련하고 있으면 좋아보이기도 하고.

미국에선 콜로라도, 캘리포니아, 보스턴, 시카고, 디트로잇에 코칭팀들이 많아. 디트로잇은 아이스댄스 쪽이 강하고, 페어는 콜로라도랑 보스턴, 캘리포니아, 그리고 요즘은 시카고도 어린 팀들이 잘 자라고 있어.

온아이스 훈련을 보면서 어머님들 마음에 시험 들 때도 많아. 아무리 마음 넓은 부모라도 그럴 수밖에 없는 순간들이 있어. 별별 상황을 겪다 보면 피겨맘들끼리는 굳이 말 안 해도 통하는 게 있지.

근데 싱글종목 피겨는 결국 시간이 지날수록 혼자가 되는 스포츠 같아. 주니어에서 시니어로 올라가면서 점점 그런 점이 느껴져.

오드리는 12살때부터 탑 레벨 선수들이랑 같이 훈련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 미국 대표 선수 부모님들 특히 어머님들은 링크에 잘 나타나지도 않고, 와도 늘 구석에 혼자 조용히 앉아 계시는 분들이 많았어. 굳이 말 안 섞으려고 하고… 처음부터 그러진 않았을 텐데, 오래 하다 보면 그렇게 되는 것 같아.

자녀가 좀 잘한다고 해서 으쓱할 것도 없고, 괜히 나서서 다른 선수들 부모님과 떠들 필요도 없는 게 이 스포츠 같아. 어릴 땐 그걸 잘 모르고, 괜히 주변 분위기에 휩쓸릴 때도 있지. 그래서 그냥 가끔은 편하게 마음 터놓고 수다 떨 수 있는 스포츠하는 친구 엄마 한 두명만 있어도 정말 큰 위로가 되더라고. 그리고 어떤 곳이든 마음맞는 분들은 한 두명 있더라고.

그리고 어느 순간, 아이는 자라서 성인이 돼. 부모가 뭘 해주고 결정하던 시기를 지나, 본인이 본인의 길을 선택하게 되는 시점이 와. 피겨는 선수 생명이 짧은 종목이니까, 부모 역할도 결국은 그 선택을 조용히 지켜보고 존중해주는 걸로 마무리되는 것 같아.

주니어 그랑프리대회에서 Ted Barton과
고 Frank Carroll (Toyota Sports Center Summer Camp)
with Michelle Kwan (East West Ice Palace)
with Scott Hamilt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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